충청남도 서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신경희

▲ 충청남도 서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신경희
우수 경칩 지나 다시 봄 봄 봄 봄이 왔다. 일 년 중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 멀지 않았는데 꽃샘추위가 만만 칠 않다. 그래도 무슨 일이 있어도 봄은 기어이 오게 돼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우리 지역의 봄은 언제나 한 걸음 다가왔다 두 걸음 물러나는 듯 안타까이 더디 온다. 남녘 양지바른 꽃들이 질 때 즈음에야 비로소 피어난다. 손바닥만 한 우리 집 마당에 수호신처럼 서 있는 산수유도 꽃망울을 샐쭉이 내밀었다. 멀지 않은 날 노란 미소 만발하고 아지랑이 와르르 쏟아지겠지.

학교도 지금 봄이다. 봄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많다. 시작, 새로움, 부지런함, 꿈 지니기 등. 무엇보다 새 학년을 시작한 아이들이 꿈과 믿음을 지녔으면 좋겠다. 꿈과 믿음이 미래를 결정한다. 꿈은 좌표다.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것이다. 꿈이 없이 그냥 내달리면 흥도 나질 않고 쉬이 지친다. 그러나 믿는 마음으로 꿈을 품고 달리면 시련도 고난도 다 약이 되고 감사할 줄 알게 된다. 꿈은 이동하고 움직여야 다가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쑤욱 성장한 빛나는 자신과 만날 수 있다.

학교에도 꽃샘추위가 있다. 3월은 새로운 사람들로 구성된 학교 조직이 안착되기 위해 흔들림이 있는 시기다. 학교교육의 전략과 전술을 기획하고 창조하는 경영자와 교육 현장의 대들보인 교사가 한마음 한 뜻으로 그 꽃샘추위를 슬기롭게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는 교육을 할 수 있다. 제 나름의 씨알을 키우고 있는 아이들을 너그러운 맘으로 지켜 볼 수 있다. 꿈의 씨앗 드림 터가 돼줄 수 있다. 책상에 앉아 얕은 부분만 보는 게 아니라 더 멀리 보고, 깊고 높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요즘 학교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우리 모두의 열정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

봄이란 또한 바라봄이다. 바라봄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 관점을 넓히는 것은 곧 바라봄을 확장하는 일이다. 진부한 얘기지만, 컵에 담긴 물을 바라보는 것도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물이 절반 밖에 없네', '아직 절반이나 남아 있네'로 갈린다. 바라봄의 차이는 사람을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한다. 같은 것을 바라봄에도 희망으로 이끌기도 하고, 극한의 절망으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변화는 바라봄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고정관념과 나만의 관점, 나만의 틀을 깨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봄의 새싹처럼 어제의 내가 아닌 오늘의 새로운 나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문화를 새롭게 이끌고 본질을 되살려 나갈 수 있다.

바야흐로 봄이 왔다. 어느 시인은 ‘봄은 봄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의 가장 낮은 목소리로 온다’고 했다. 가장 낮은 목소리로 봄 봄 봄이라고 불러 본다. 만물이 신입생처럼 명찰 하나씩 가슴에 달고는 사뿐사뿐 내게로 걸어 들어온다. 생명을 불어넣어 움직이게 하는 힘을 지닌 봄이 되면 왠지 손대는 일마다 잘 풀릴 것만 같은 낙관주의가 번진다. 하늘은 하늘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햇살은 햇살대로 내 몸 속으로 들어와 가진 거 없어도 마음은 부자고 의욕은 뻗친다.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힘을 가진 봄 봄 봄. 우리 스스로 따사로운 봄바람이 되자. 그리고 가끔은 다른 이들의 삶을 적시는 은혜로운 봄비 되어 꽃들이 만발하도록 함께 힘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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