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서면중학교 교장 신경희

 
계사년(癸巳年) 새해 첫 날. 온 세상에 하얗게 서설(瑞雪)이 내렸다. 정초에 내리는 눈은 예로부터 풍년의 전조라고 한다.

한해의 출발을 축복하듯 상서(祥瑞)로운 눈이 내렸으니 2013년은 정말 복(福)되고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뱀의 해. 뱀은 예로부터 상황판단을 잘해 지혜로운 동물이라고 여겨왔으며 허물을 벗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탄생의 의미를 갖는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희망을 갖고 뜻한 일이 만사형통하기를 기원한다. 나도 눈 내리는 신년원단(新年元旦)에 고즈넉한 산방(山房)에 앉은 듯 침묵의 흐름 속에서 새해에는 뱀이 허물을 벗듯 내 삶의 참 주인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지금껏 새해 목표를 거창하고 부담스럽게 세워본 적은 없다. 그저 한해가 시작되는 1월이면 자잘한 소망을 한소쿠리 가득 담아 그것들을 다 이룰 것 같은 이상주의자로 살다가, 6월쯤이면 이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되는 현실주의자가 돼버린다.

그러다가 12월이 되면 이렇게 한 해가 또 가버리는구나 허무주의자가 되곤 했다. 이리저리 휩쓸려 하루하루를 삶의 관성에 이끌려 가다보면 문득 내가 내 삶의 주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入處皆眞)’ 당나라 선승의 말씀처럼 새해에는 내가 어디에 있든지 있는 곳에서 참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언제 어디서나 늘 진실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면 그 자리가 최고의 행복한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시작이 중요하듯 첫발을 내딛는 마음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

이제 지천명을 넘어선 이 지점쯤에서는 숨차게 달려온 시간들을 차근차근 숨고르기 하며 내 삶의 주인으로 향기를 더해 가는 삶을 살고 싶다.

시간이 흐를수록 행동을 합리화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마음의 힘을 키워 흔들리지 않는 그윽한 삶을 살고 싶은 거다.

무엇이든 새로운 다짐과 시작은 신선하고 정결하고 긴장감을 준다. 시작이 곧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짓게 하기 때문이다. 새해가 일주일이나 흘렀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이 벌써 작심삼일로 끝난 것도 있다.

그러나 작심삼일이 되어도 좋다. 새로운 다짐, 새로운 각오만으로도 인생의 방향이 바뀔 수 있으니까. 새해를 맞아 가장 많은 계획과 결심을 하는 시간이 바로 신년 벽두이다. 새해 다짐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누구나가 쉽지 않다. 꽃이 피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과거와 다른 삶으로 전환하여 새롭게 살고 싶다면 꾸준히 실천해야 할 것이다.

물론 생각도 행동도 바뀌어야 한다. 보통 습관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3주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60일 정도가 지나서야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습관화가 된다고 한다.

새해 다짐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한해를 마무리할 때쯤엔 허무주의자가 아닌 모두가 멋진 삶이 되어 미소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서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랄프왈도 에머슨의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인가 시처럼 계사년 새해에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기보다 자연 속에서 삶의 지혜를 깨닫고, 자주 많이 웃고 삶의 연륜과 더불어 내면이 점점 성숙해지도록 더 베풀고, 나누며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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