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서천 서면중학교 교장 신경희
학교는 9월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2학기가 시작되었다.
유례없던 기나 긴 무더위로 힘들었던 여름이었다.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가을은 어김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한층 투명해진 햇살과 코스모스 빛깔 입은 부드러운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밤이면 풀벌레소리 맑게 귓가에 울리고, 서늘한 별빛이 한 아름 쏟아져 내리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새삼 자연의 변화에 놀라며 변화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각자의 의식과 삶이 변하면 사회도 변할 수밖에 없다. 사회가 변하면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풍습, 제도 등도 변해야 한다. 교육도 그래왔다.
몇 가지 윤리 덕목만 가지고도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가정과 교육현장이 지금 위기에 빠져 있다고들 한다.

촘촘한 학교 규정만 가지고는 모자라 상시적인 감시망(?)과 공권력의 개입까지 필요로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전통적인 밥상머리 교육이나 인성교육은 무색해지고, 성적과 입시를 앞세우는 교육 현실이다.
경쟁이 당연시되고 남보다 앞서 달려 나가야 성공하는 사회, 친구도 따돌리고 그의 절망과 실패의 크기만큼 내가 성공하고 행복해진다는 구도가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의 심성이 황폐해져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경쟁 논리가 지배하면 인성이 설 땅은 자꾸 좁아지게 된다. 극심한 경쟁에 노출된 아이들은 ‘나만 잘되면 그만이고 다른 사람의 삶은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들숨과 날숨이 모두 필요하듯 당연히 인성과 학력은 교육에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
둘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함께 손잡고 가야 한다. 남아프리카 어느 부족을 연구하는 인류학자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는 작금의 우리 교육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져 준다.

내용은 이러하다. 아프리카의 한 부족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멀리 떨어진 나무에 음식을 매달아 놓았다. 그리곤 아이들에게 달려가서 그 나무에 제일 먼저 도달한 사람만 음식을 먹으라 했다. 엄청난 경쟁과 치열한 다툼을 기대했던 인류학자는 의외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아이들은 손에 손잡고 다 함께 음식이 매달린 나무에 함께 가서 행복한 얼굴로 사이좋게 나눠 먹더라는 것이다. 인류학자가 궁금해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저 맛있는 딸기를 일등한 사람에게 모두 주려고 했는데, 왜 먼저 달려가지 않고 손을 잡고 함께 달렸지?” 그러자 아이들이 웃음 가득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우분투’라고 외치며 “달려가서 나 혼자 일등하면 많은 사람들이 슬프잖아요.” 말하더라는 것이다.

그 부족들이 사용하는 인사말 중에 ‘우분투’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당신이 있으므로 내가 있습니다.”라는 의미다. 참 근사하고 멋진 인사말이다. 부족의 어린 아이들은 다른 많은 친구들을 슬프게 하고, 나만 행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가을 강처럼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다. ‘우분투’는 남아프리카 반투어(Bantu語)로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는 말이다.

‘우분투’는 사람들 간의 관계와 헌신에 중점을 둔 인본주의 사상으로 아프리카의 전통적 사상이며 평화운동의 사상적 뿌리이기도 하다. 실제 넬슨 만델라는 이 ‘우분투’ 사상을 근간으로 평화운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우리나라 어느 시골 마을에서 있었던 이야기였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최원호 박사는 <인성코칭,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다>에서 ‘행복은 성적에도, 대학에도, 직업에도 있지 않다. 사람다운 사람,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사람으로 다른 사람이 힘들어 할 때 도와줄 줄도 알고, 마음에 안 들어도 참을 줄도 알며, 정의를 위해 양심의 소리를 외칠 줄도 알 때,

그리고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런 삶을 살 때 저절로 따라온다. 바로 인성이 바로 섰을 때 행복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학급이나 학교 안에서 1등이 누군지 누가 더 성적이 더 올랐는지에 관심을 갖기에 앞서, 우리는 어떤 아이의 마음이 지금 무너져 내리고 있는지, 어떤 아이가 임팔라처럼 온순하지만 언제라도 맹수를 공격할 만큼 거칠어져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수업시간에도 경쟁을 시키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참여하여 협동으로 이루어 낼 수 있는 그런 교수․학습법을 적용해 나가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은 지나온 것들과 남아있는 것들이 만나 세상의 모든 것이 사랑임을 증명하는 의미 있는 계절이다. 자연이 주는 풍성함처럼 인성과 학력이 조화로운 교육의 결과로서의 풍성함을 누려보고 싶은 것은 과욕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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