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약속을 한다. 이들 약속에는 무심결에 스쳐지나가는 말로 하는 약속도 있고 반드시 지키기 위해 하는 약속도 있다.

어떠한 약속을 하든 반드시 약속에는 상대가 있다. 그 상대가 자신일 수도 있고 타인일 수도 있다. 사회라는 구성체에는 질서라는 규범이 있다. 규범도 명문화 된 것이 있는가 하면 구성원간의 약속인 윤리와 도덕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약속에서 나온 것들이다.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각종 법률도 약속에 기초 한 것이다. 설령 명문화된 법이 아니라 해도 사람간의 약속은 지키는 것이 옳다. 그래야 서로간에 신뢰가 쌓일 수 있다.

특히 한나라를 이끌어가는 리더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키지 못 할 것이라면 애당초 약속을 해서는 안된다. 약속을 밥먹듯이 지키지 않는 다면 불신이 사회의 근간을 어지럽게 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것도 약속을 너무도 쉽게 내 팽게쳐 버리기 때문이다. 한번 잃어버린 신뢰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회복하려해도 엄청난 고통을 감내 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의 약속 경시 버릇은 여전하다.

그동안의 선거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수많은 약속을 했다. 약속에 신중하고 비교적 잘 지킨다고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마저도 최근 들어 약속을 소홀히 하려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실망을 넘어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MB정부는 지난 2011년 5월 대전 유성구 신동 일대를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지정했다. 이후 2년 가까이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답보 상태로 사실상 방치했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는 국고 선지원이라는 공약을 했다.

지역민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줬다. 하지만 기대는 역시나로 귀결되고 있다. 과학벨트조성을 위한 터 매입비 예산이 올해 예산편성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여전히 터 매입비 절반을 대전시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들어 신설된 미래부의 장관도 같은 주장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했다. 그나마 엄청난 배려나 한 것처럼 충청지역민들의 강력한 요청에도 꿈적하지 않던 정부와 여당은 마지못해 추경예산에 일부만 반영하는 면피용 꼼수를 드러냈다.

말이 터 매입비 예산 반영이지 속내는 나머지는 대전시가 부담해야 한다는 그동안의 주장만 반영된 것에 불과하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 당시 대전역 유세에서 공약으로과학벨트 사업예산의 선 국고 지원 약속조차 모르쇠로 넘어가려는 처사에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의 근간이 무엇인지 조차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용역 결과를 보면 과학벨트 사업기간이 연장되고 사업면적이 축소될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약속’과 ‘신뢰’는 온데간데없고 전 국민을 기만하는 교묘한 술책만이 난무하는 상황이라는 충청인들의 지적만 있을 뿐이다. 서글픈 일이다.

일각에서 지적 하는 것처럼 이번 과학벨트에 대한 예산 확정과정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것이라면 대한민국 최고 리더가 취해야 할 태도인지 깊은 고뇌와 성찰이 필요하다. 말이 20여년 지방자치지 예산권 없는 자치가 실질적인 자치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런데도 만약 지난 대선과정에서 특정 정치인의 태도가 이번 추경예산에 영향을 미쳤다면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아니고 여당도 국민을 위한 대표 정치집단이 아니다”라는 행태를 스스로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런 분위기에도 대전시는 과학비지니스벨트 추진에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격은 터라 이번 추경반영에 환영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정치권과 대통령, 정부는 더 이상 국책 사업인 과학벨트 건설을 두고 정치적 장난을 그만해야 한다.

지역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강창희 국회의장과 박병석 부의장은 직에 걸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민들은 지금까지 무슨 역할을 했는지 궁금해 한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이다.

현 단체장이 누구이든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고 대전과 충청민들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이다. 지역민들은 지난 총선에서 당신들이 했던 약속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약속을 정치 편의에 따라 버리기도 악용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곧 쓰디쓴 고배로 돌아간다. 약속은 법이 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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