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서면중학교 교장 신경희

 
계사년(癸巳年) 새해를 맞아 신정을 보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의 마지막 주다. 이제 학교도 겨울방학을 보내고 2012학년도 마무리를 위해 개학이 시작되었다.

2월은 졸업식과 종업식은 물론 교육과정 운영계획 등 새 학년도 준비로 분주한 시기이다.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했던 추위가 지난주에는 겨울비와 함께 한동안 주춤하는가 싶더니 강추위가 또다시 살아나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체 얼마나 아름답고 찬란한 봄이 오려고 맹추위가 이어지는 걸까?

기세등등한 추위 속에서도 봄으로 가는 첫 이정표라는 입춘(立春)이 바로 코앞이다. 입춘(立春)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서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으며 진짜 새해를 상징하기도 한다. 입춘(立春) 전날을 절분(節分)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계절의 마지막이라는 뜻이다.

입춘이 지나면서 지구는 태양 쪽으로 살짝 기울고 봄은 겨울을 슬쩍 밀어낼 것이다. 그러면서 서서히 동풍이 불어 언 땅을 녹이면 잠자던 벌레들이 꼼지락거리고, 새싹으로 올라올 생명들이 땅 밑에서 꿈틀거리게 될 것이다.

입춘(立春)은 절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있다. 상처 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살아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겨울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짧고 별로 춥지 않은 겨울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길고 혹독한 추위의 겨울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 겨울의 모습이 어떠하든 모든 사람은 인생의 겨울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경제적이든, 사람 관계든, 지금의 상황이 겨울과 같은 혹독한 추위 가운데 있을지라도 봄은 누구에게나 다가갈 것이다. 어렵고 힘든 삶 가운데서도 미래를 보고 현재를 능히 극복했던 인물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소아마비를 딛고 1960년 로마올림픽 육상종목에서 여성 최초로 3관왕을 이룬 미국의 단거리 육상선수 윌마 루돌프.

그녀는 스물두명의 자식 중 스무 번째 2킬로그램 남짓의 조산아로 태어나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았다. 설상가상으로 네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왼쪽 다리를 거의 쓸 수 없게 되었지만 3년 동안의 치료로 겨우 설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지독한 걸음마 훈련을 통해 10센티, 20센티, 50센티, 1미터, 하루하루 조금씩 더 걸었다. 이러한 고통의 시간을 지나 여덟 살 때 목발을 집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열한 살 되던 해에는 비로소 목발 없이도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열세 살 때는 춤추는 듯한 이상한 걸음걸이긴 하지만 기적처럼 혼자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윌마는 혼자서 걷게 되자 육상 팀에 들어갔지만 경주 때마다 꼴찌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일등으로 들어오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이후 그녀는 참가한 모든 경기마다 선두를 차지했고, 마침내 다시는 걸을 수 없다던 그 소녀가 1960년 로마 올림픽에 참가해 세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 것이다.

그녀는 “엄마는 어려서부터 저에게 자신이 강력하게 원하면 지금이 어떤 상황에 있든지 관계없이 소망하는 모습을 이룰 수 있다고 말씀하셨죠. 제가 첫 번째로 소망했던 미래의 모습은 금속 보조대 없이 걷는 일이었어요.” 라고 말했다. 그녀야말로 장애를 딛고 일어선 진정한 승리자다.

우리 모두에겐 뭔가 살아갈 의지가 될 만한 긍정적인 신화가 필요하다. “우리의 삶에 뛰어넘어야 할 아무런 한계가 없다면 우리가 하는 경험들은 결실의 기쁨을 잃어버린다. 어두운 골짜기를 지나가는 고난이 없다면 산 정상에 서는 기쁨도 사라진다.”는 헬렌 켈러의 말이 힘을 더해 준다.

다시 입춘(立春) 얘기로 돌아오자면 옛날에는 입춘을 맞으면 대궐의 기둥에 나라의 안위를 비는 글귀를 써 붙였다고 한다. 민간에서도 대문이나 기둥ㆍ대들보 등에 축원의 글을 써 붙였다. 이 때 쓰는 글귀를 보통 입춘방(立春榜)이라고 하는데, 가장 흔히들 쓰는 것이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고 한다.

입춘대길(立春大吉)의 의미는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한 일이 집안에 가득 하라는 소망이며 건양다경(建陽多慶)은 맑은 날 많고 좋은 일과 경사스런 일이 많이 생기라는 기원문이다. 우리 집도 매년 입춘을 전후해 친정아버님께서 써 주시는 ‘입춘대길’을 거실 천장에 붙여 놓곤 한다.

이러한 의례적인 형식이 아니어도 사람들마다 어떠한 목표나 결심 또는 올 한해 소망하는 바를 적어 책상 앞에 입춘방(立春榜)으로 붙여 두고, 매일 다짐과 소망을 기원하는 것도 자기 체면을 걸어 한 해를 열심히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입춘 추위는 꿔서라도 한다.’ 는 속담이 있다. 늘 찾아오는 봄이지만 한 번도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입춘을 전후한 시기가 1년 중 가장 추울 때가 많다고 한다. 겨울의 절정에 입춘이 있는 까닭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남은 겨울을 잘 견디라는 뜻이 아닌가 싶다.

몇 만리 건너오는 봄을 기다리는 법이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맹추위와 지난한 일들로 고생하고 좌절하는 이들에게도 봄은 반드시 온다.

세상은 아직 매섭고 춥지만 얼음이 녹고 새싹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곧 다가올 것이다. 흙과 물, 물과 새싹, 햇살과 생명이 어우러져 찬란한 봄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눈앞에 와 있는 입춘의 마음이 만나는 사람들마다를 더욱 따사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아울러 교육 현장에도 훈풍이 불어와 작금의 어려움들이 척척 해결되고 교육의 본질이 구현되어 새 정부가 내세운 행복교육이 실현될 수 있기를 입춘의 길목에서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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