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장학관 신경희

▲ 충남교육청 장학관 신경희
독서의 계절이라 하면 흔히 가을을 떠올리게 된다. 구지 독서를 하는 계절이 따로 있어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요즘처럼 나뭇잎들이 예쁜 계절에 눈부신 햇살이 은은하게 떨어지는 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는 상상만 해도 싱그럽다. 바쁜 일상에서 독서를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책을 읽는‘짬 독서’의 습관을 들이는 것도 괜찮다.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루에 한 장이라도 읽는 습관을 들이면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나치게 완독을 목표로 삼지 말아야 가능하다.

조직 속에서 일하다보면 자아와 영혼을 대면할 시간이 없다. 짬짬이 내 시간을 챙기지 못하면 조직 속에 일몰되기 십상이다. 내면 깊숙이 자리한 진짜 나와 마주 앉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겐 그런 시간이 짬 독서시간이다. 설령 목적 없이 책장을 넘길지라도 어느 행간에서 사유의 실마리를 발견할 때는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짬짬이 책을 읽다보면 나날이 독서량도 증가한다. 아무리 두꺼운 책도 어느 날인가 끝에 이르게 된다. 짬 독서의 매력이다.

이슬 맺힌 영롱한 세상을 만나는 것에서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고요하고 정갈한 새벽의 모습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황금연휴를 보내고 오늘도 일찍 출근해 사무실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들어와 창문을 하나하나 열어 새 공기를 들여 놓는다. 차 한 잔 마시며 눈 아래 정원을 내려다본다. 며칠 만에 출근한 탓인지 아침부터 몸이 늘어지고 기운도 없는 것이 흔히들 말하는 월요병 증세인 듯싶다. 하지만“오늘 하루도 힘차게 시작해야지. 다 잘 될 거야”를 맘속 깊이 외치며 읽던 책을 꺼내 펼친다. 짬 독서를 한지 제법 됐다. 고요함 속에서 몰입하는 그 재미를 달리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멀리서도 일찍 출근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젠 안중근 의사가 말한 것처럼‘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을’만큼 아침 짬 독서 습관이 들었다.

또 하나의 습관은 밑줄을 긋는 것이다. 집에서는‘밑줄 긋는 여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책 속에서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은 무조건 밑줄 쫘~ 아악이다. 그리고 메모를 한다. 메모까지 하는 것은 좀 버거운 일이기는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데 내용이 가물가물하거나 필요한 곳에 인용하고 싶을 때,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노트한 책은 기억의 깊이가 확연히 다르다. 책을 읽다 보면 문장에 예민해진다. 좋은 문장이 있으면 공유하거나 응용하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짬짬이 글을 쓸 때 얼마나 유용한 정보와 기쁨을 주는지 모른다.

사실 책을 읽는다고 잘사는 것도 아니다. 책을 안 읽는다고 사는 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읽어야만 하는가. 이 물음에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책이라는 한 장의 벽돌을 딛고 어떻게 다른 세계로 월담해 갔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독서의 이유를 말한다. 그의 표현대로 책은 우리의 일부이자 우리의 혈관을 따라 흐르는 먹물 방울이며, 우리는 독서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고 독서에 의해 만들어지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최근 자료에서 독서의 색다른 효능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을 6분정도 읽으면 스트레스가 68%나 감소되었고, 심박 수가 낮아지며 근육의 긴장이 풀어진다는 사실을. 음악 감상을 할 때는 스트레스가 61%, 커피를 마실 때는 54%, 산책을 할 때는 42% 정도 감소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의 짬 독서가 내 스트레스 해소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해주었는지 짐작이 간다.

황금 휴일을 보내고 나니 뭔지 모르게 허전하다. 이제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도 살짝 든다. 짬 독서가 큰 희망이다. 책을 읽는 이유나 동기는 정말 다양하다. 이유나 동기가 어찌 됐든 무조건 읽기를 시작하면 된다. 하루 한 페이지라도 지속적으로 습관을 들여 놓으면 책에 숨어 있던 가능성들이 가닥을 뻗어 펼쳐지면서 만 가지 빛깔의 옷감을 짜게 된다. 싱그럽고 찬란한 오월의 다채로운 색처럼 다양한 방식의 독서는 우리 인생에 여러 번 살게 되는 기적과 기쁨을 누리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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