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북상중이다. 주말 우리지방에도 가뭄을 뚫고 비가 내렸다. 극성스런 녹음의 골목마다 눈물 글썽이는 바람이 비릿한 땅 내음과 몽환처럼 종일 떠다녔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꽃들이 흔적 없이 사라진 것을 새삼 느꼈다. 아름다운 것도 참으로 한 순간이다. 흙, 물, 햇빛, 바람의 기운이 모여 꽃이 된다. 열매가 되기도 한다. 그 기운이 다하면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우리네 인생도 그런 거겠지.어느새 이 나이에 당도할 줄은 정말 몰랐다. 나이는 언제나 낯설다. 어찌어찌하다보니 지금 이 나이에
해머를 들고 폐차 위에 올라가 사정없이 부수는 장면이 마치 영화촬영 현장 같다. 펀치볼이나 미니 샌드백을 두들겨 패는 사람들을 보면 운동선수라는 착각도 든다. 그런가 하면 노래방으로 달려가 신나게 드럼을 치고 피아노 건반을 마구 눌러댄다. 조용한 발라드는 저리 가고 온통 시끄러운 댄스곡 일색이다. 언젠가 영상으로 봤던 스트레스를 푸는 갖가지 모습들이다.하루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사람 사는 일 다그러하지. 닿을 듯 닿지 못하고. 그러려니 살아보려 해도 그게 잘 안될 때 많다. 별거 아닌 일에 벌컥 화를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장사익의‘찔레꽃’노랫말의 일부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어디서부터인지 아득한 슬픔이 안개처럼 올라온다. 한동안 온 산야에 찔레꽃이 야단이었다. 논두렁 밭둑 야산 언덕에 밤하늘 은하수 별들처럼 무리지어 만발해 있던 찔레꽃은 눈길을 오래 잡아 둘 정도로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고 지나치기도 힘든 꽃이었다. 친정집 주변 언덕배기에도 한 무더기가 피어 지나칠 때마다 찔레꽃의 노
회색빛 들판이 초록으로 빠르게 채워졌다. 이제 세상은 하나같이 초록 물결이다. 뻐꾹새는 산기슭에서 울고, 짙은 나뭇잎 사이로 그리움도 바람같이 선선히 불어온다. 절반의 계절이 함께 공명하며 늠름해져 간다. 늦은 오후, 차 한 잔 마시며 간간히 찾아가는 인터넷 카페에 잠시 들렀다. 그 곳에서 뜻밖에‘보수된 유리창’이란 낯선 이론을 만나게 되었다.‘보수된 유리창 이론’이라.‘깨진 유리창 법칙’을 접하면서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탁월한 용어였다. 어느 수석교사가‘깨진 유리창 이론’은 있는데, 왜‘보수된 유리창 이론’은 없는 것인가?
신록의 성숙함이 돋보이고 보리가 익어가는 6월. 넝쿨장미들이 햇살아래 자꾸만 말을 건네 온다. 살살 불어오는 바람에 담채화 느낌의 맑은 시가 생각나는 아침. 참기름을 발라 놓은 듯 반짝이는 잎새 위로 햇살이 분가루처럼 흩날린다. 빈 들판은 모내기로 연두빛깔 가녀린 잎새들이 하나 둘씩 꽂혀 가고, 면역된 시간이 상처로 얼룩진 봄날을 빠져나간다. 열린 창문으로 알아서 들고 나는 착한 바람처럼, 숨 쉴 때마다 일일이 고맙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꼭 필요한 산소처럼 그렇게 살 일이다.가끔 욕심이 많아 보인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 때마다 나
성격이 이상한 건지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를 더 좋아한다. 특별히 옹이진 나무에게는 한층 애틋한 정이 간다. 그 이유는 곡선이 직선보다 더 아름답기도 하지만, 굽었다는 것은 높은 곳만 바라보지 않고 낮은 것을 살피며, 무언가의 아픔을 견디며 열심히 살았다는 증표 같아서다.살다보면 이래저래 마음 다치는 일이 있다. 그때마다 상처 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서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상처 안에 오래 머물기도 한다. 때때로 삶의 이유이기도 한 가족에게까지 부주의하고 무의미한 말 한 마디로 깊은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이런저런 상처의
스승의 날이 다가올 때면 생각나는 예화가 있다.‘어느 어머님의 가르침’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어느 시골의 총각 선생님이 출근길에 시냇물을 건너고 있었다. 그런데 징검다리를 잘못 밟아 신발과 바지가 물에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때마침 고향에서 오신 어머니께서 집에 머물고 계셨다. 그가 어머니에게 되돌아 온 이유를 말씀드리자 어머니가 물으셨다.“네가 밟았던 잘못 놓인 돌은 바로 놓았느냐?”“미처 그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그런 식으로 해서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며 존경 받는 선생이 되겠다고 그러느냐?" 어머니는 손을 흔들며 덧붙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하는 사월의 마지막 주. 연이틀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비 오는 날. 수천 갈래의 가슴이 땅을 쳤다. 어이없는 희생에 천지가 뼈아픈 사월이었다. 잠 못 드는 유족들의 뜬 눈이 집집마다 등불로 매달려 있다. 남겨진 가슴들은 그대로 푸른 멍이다. 진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져 버린 꽃들이야 말해 무엇 하리. 향마저 증발한 늦은 봄날. 더는 견디지 못하고 남은 꽃들이 지고 있다. 꽃잎 떨어진 자리에 꽃보다 더 고운 초록이 산하에 가득하다.한없이 펼쳐진 초록 물결을 대할 때마다 저 끝에는 무엇이
혼절하게 흩날리던 꽃비는 그치고 잔인한 사월이 무심하게 흘러간다. 바람이 시간이 남기고 간 자리마다 슬픔과 부러진 생각들이 절뚝거린다. 햇살도 하얗게 내려와 말이 없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있을 수 없는 대형 참사. 어처구니없는 조치. 수많은 '그랬더라면'이 가슴을 친다. 뉴스를 보는 이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가족들은 오죽할까. 그나저나 다 키운 아이들 어쩐다지요?이번 세월호 사고에 어른들은 70%가량 구조됐지만 단원고 학생들은 23%만 구조됐다. '여자와 어린이 먼저'라는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학교에서 교육청으로 일터가 바뀐 지 어느덧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적응해나가는 탓도 있었겠지만, 그걸 빌미로 한동안 책을 손에 쥐질 않았다. 지난 주말, 우연하게 이라는 책을 붙잡았다. 조선의 명문가에서 행해진 독서 방법과 독서교육을 담고 있는 책이다. 조선시대의 독서 지존이라 할 수 있는 55명의 독서법과 그들의 숨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날 수 있었다. 그중 두 번째 장‘정독인가, 다독인가’에서 만난‘1억 1만 3천 번을 읽어 내려가다,의 주인공인 김득신이 유독 눈길을 붙잡았다.평소
3년 전 이 맘 때였던 것 같다. 대전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는 남동생이 친정집 담벼락에 기대어 피우기 시작한 목련 꽃봉오리 몇 개를 따 주었다.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차로 마셔보라 권했다. 5월이면 여린 뽕잎이나 감잎을 따서 차 만드는 것을 연례행사로 치르고 있다. 그런데 목련꽃으로 차를 만든다는 것은 몰랐었다. 허긴 국화차처럼 개나리꽃도 말려 두었다가 차로 마신다니 뭐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다. 남동생은 봄이면 교정에 피는 목련꽃 봉오리를 따서 선생님들과 차로 만들어 마신단다. “향이 얼마나 그윽한지. 봄이 다 지고 잊혀져갈 즈
컴퓨터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다 커피 한잔 올려놓는다. 날아드는 커피 향속으로 하나 둘 생각이 쌓인다. 잠시 멍하니 있다. 엉덩이 들어 두어 발짝 옮겨 놓으니 창밖은 딴 세상이다. 순간 속의 무궁을 꿈꿔 본다. 눈부신 햇살이 버블버블 거품처럼 버글거린다. 창 밑으로 눈을 내리니 어느새 피워 올린 노란 수선화, 분홍 빛 꽃 잔디 웃음이 환하다. 봄 햇살 널린 하늘 아래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들이 참 많다.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관심 주지 못하고 지나쳤을 뿐이다.손바닥만한 우리 집 마당에도 아주 작고 연약한 식물들이 숨어서 살
‘님이 오시나 보다. 밤비 내리는 소리. 님 발자욱 소리. 님이 가시나 보다. 밤비 그치는 소리...’ 예전에 귀 익었던 노랫말의 한 소절이다. 벌써 3월이 중순을 넘어섰다. 이제 정말 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꽃샘추위가 찾아와 몸을 움츠리게 했다. 언제나 그렇게 몸살을 앓아야만 봄을 맞이할 수가 있다. 봄은 역시 시샘을 받을 만큼 충분히 아름답고 위대하다.지난주 해갈의 봄비가 다녀간 후로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우리 집 쪽 마당에 살고 있는 산수유 노오란 꽃망울은 이미 터지기 시작했다. 궁남지에 한껏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마다 연
그거 아세요.‘사람의 눈빛 속에는 그 사람의 뇌에 있는 정보가 모두 들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흔히‘눈빛만 봐도 안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은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고, 그 사람의 생각, 마음상태, 품은 뜻이 눈을 통해 밖으로 드러난다는 의미다. 눈빛 안에는 그렇게 다양한 감정들이 숨어 있다. 남녀가 연애를 할 때도 진정성을 보려거든 눈빛을 살피라고 한다. 남녀 심리의 절정은 바로 눈빛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빛은 상황에 따라서 변하곤 한다. 때론 선량하게 보이기도 하고, 어떤 때엔 아주 지독하게 보이기도 한다.눈빛은 사람
교장을 흔히‘교직의 꽃’이라 말하기도 한다. 물론 내 생각은 좀 다르지만. 사령장을 받고 부임한지 어느덧 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조직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교환경을 정비하며 열악한 농어촌 학생들에게 꿈과 감동을 주는 교육을 펼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흐른다.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만난 교직원과 학생들과의 인연도 떠오른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이제는 비, 바람 스쳐간 흔적은 감춰지고 보람 있었고 행복했던 그림이 더 많이 남아 있다. 모두가 학교를 믿고 응원해준 사람들 덕분이다.발령 받았을 때는 덜컥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 님의 ‘새해 첫 기적’ 시의 전문(全文)이다. 이 시는 2012년 12월부터 2013년 2월까지 광화문 교보빌딩 벽에 대형 걸개로 내걸려 화제가 되었었다. 황새나 말처럼 날고 뛰는 재주를 가졌다고 우쭐할 것도 없고, 달팽이나 굼벵이처럼 느려 터졌다고 침울할 이유도 없다. 각자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결과, 살아 존재하는 것이므로 새해 첫날을 겸허히 맞이하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를 담
연세 지긋한 분들이 요즘 자주 부르는 노래가 있다.‘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가사가 참 그럴 듯하다.‘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 눈물이 나네요.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어느 나이나 불러도 어색함이 없는 노랫말이다. 청춘들은 코웃음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니들도 나이 먹어봐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 맞다”라고 부르짖게 될 것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날아만 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치는 일상 속에서 나는 가끔 ‘미늘’을 생각할 때가 있다. 좋든 싫든 한번 이루어진 관계에는 사회적 연계성이든, 그게 뭐든 쉽게 끊어낼 수가 없다. 거기엔 내 성격상의 문제도 얼추 가미되어 있다. 한 순간 훌훌 털어 버리고 싶거나, 원하지 않는 관계인데도 끈질긴 인연의 고리에 단단히 얽매어 있기도 하다. 좋은 사람과의 관계는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가깝거나 좋은 사이일수록 책임과 기대치가 커지기 마련이다. 때로 거기서 파생되는 실망으로 인해 상처를 입을 때도 있다. 그렇거나 말거나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한,
요즘 포털 사이트나 주류 신문 뉴스, 방송을 접할 때마다 무서운 초딩이니 중딩이니 하는 단어들이 곧잘 등장하곤 한다. 학교, 학생, 청소년에 관한 뉴스치고 충격적이고 뒷맛 씁쓸한 것들이 대다수다. 올해도 그 어느 해 못지않게 구석구석에서 좋은 뉴스보다 좋지 않은 뉴스들을 더 많이 접한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충격적인 뉴스에 더 방점을 두다 보니 오히려 수많은 따뜻한 작은 불빛들이 그대로 어둠속에 묻혀 버리고 만다. 학교폭력이니 교권 침해니 하는 뉴스들로 넘쳐나는 곳에 평범하고 당연한 이야기들은 비집고 들어 설 틈이 없는 현실이 서글
흔히 들 말 하기 를 남의 말은 듣지도 않으며 자신의 주장만을 강하게 내세우는 사람들을 놀부라고 말한다, 놀부방정식은 내 것은 내것 네것도 내 것 같은 사리 에 맞지 않은 억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세상은 혼자서는 살수 없는 것 인데 어쩌다 운이 좋아 부동산 투기 등으로 돈을 좀 벌게 되면 눈에 보이 는 게 없다.그야말로 머리는 텅 빈 상태 인 사람들의 거들먹거리는 한심한 작태를 보느 라면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바로 저런 사람 이 구나 하며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이제 불과 두달도 불과 두달도 남지 않았다